<2010년 4월 22일>
지난주 주일, 같이 교회를 갔다오던 Rafael(라파엘)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라파엘은 내 코워커 베르제스와 절친한 친구로 역시 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
평소에도 한국가요를 다운받아서 들려주거나 찾아주는 둥의 관심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매주 수요일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우리집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막상 가르쳐주겠다고 말하고 나서야 내가 한국어를 가르쳐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헉...
아무런 자료도 없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도 모르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한쪽에 쳐박아두었던 내가 처음 스페인어를 배울 때 봤던 책을 꺼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어 과외 첫번째 시간 :)
첫날부터 지각이다.
8시가 넘어서야 도착해서는 자기 친구를 멀리까지 데려다주고 걸어왔기 때문에 늦었다고 설명을 한다.
사실 나는 라파엘이 늦는 것에 대해서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본 30분은 늦는다)
하지만 라파엘이 찾아온 한글배우는 것에 대한 자료를 보고 조금 놀랐다.
그것은 한글을 배워본 외국인들이 정리해놓은 한글배우기 자료였는데,
놀랍게도 한국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역사, 태극기 그림의 의미 등등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모두 스페인어로 되어있어서 내가 다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나도 자세히 모르는 건곤감리에 대해서
이들은 궁금해하며 알아보고 있다는게 재미있었다.
왜 한글을 배우려하냐고 물어보자,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이 할 줄 아는 외국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것이 자기에게 커다란 장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한국어를 배워서 잘하게 된다면, 한국 대통령이 도미니카공화국에 왔을때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이 자기를 불러서 통역을 해달라고 할 것이라고..
이것이 자기의 Sueño(수에뇨-꿈)라고 했다.
나는, '아마 그들은 서로 영어로 대화하지 않을까?' 아니면..
'스페인어를 아주 잘하는 한국사람도 많이 있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를 말하는 나의 Estudiante(에스뚜디안떼-학생)의 꿈을
꺾을 수가 없어서 그냥 너는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라파엘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Hola!
Mucho gusto.
Mi nombre es Rafael.
Como te llamas?
스페인어를 배우던 첫 시간에 그랬듯이 인사와 자기소개를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한글을 써준다고 해서 이것을 읽을 수 있을리가 없으니,
하나하나 알파벳으로 발음을 적어주어야 했다.
천천히 하나씩 읽어주면 따라하는 식으로 했는데...
짧은 스페인어로 한글을 가르치는건 너무 힘들었다.
존댓말이나 반말의 개념도 없고, 그렇다고 발음하기 쉽게 하자고 반말을 가르칠 수도 없고,
혼자서 스페인어 공부할 때보다 사전을 더 많이 찾아본 것 같다.
결국 4문장만 열심히 연습하다가 9시가 지나있어서 수업을 마쳤다.
아직 1시간 30분이 안됐다고 말하길래, 수업은 9시까지니까 끝이라고 다음부터는 지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늘아침, 출근해서 책상 앞에 앉았는데 들리는 목소리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나도 Buenos dias(부에노스 디아스-안녕하세요)가 아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했다.
라파엘이 한글을 배우려는 의지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려고 하는 동안만큼은
나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가르쳐 줄 것이다.
좋은 한글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나도 열심히 에스빠뇰 공부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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