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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체류기

도미니카 공화국 체류기 : 카리브의 색깔

<2010년 4월 13일 월요일>


또 한주가 빠르게 지나갔다.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어느날이 불과 몇일전이라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라면서 지나간 하루하루를 기억해본다.
많은 도미니카 사람들은 이른 아침에 하루일과를 시작하여 점심시간 즈음에는 퇴근을 한다.
오전 8시부터 일을 시작하면 12시에는 퇴근을 해서 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 그런 분위기이다.
출근해서 한시간 정도는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인사를 하고 커피를 한잔 마셔야 하고,
한두시간 정도 일을 하다가 퇴근할 준비를 해서 집에 가면서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 라고 말하며
하루 벌었을 정도의 음식과 맥주를 사서 늦도록 춤을 추고 노는 문화이다.
이 나라의 행복지수가 세계 2위로 기록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에 몇번씩 전기가 한두시간 정도 들어오지 않고, 물이 나오지 않아도 그런것은
No importante! 란다. (* 중요하지 않아!)
그럼 도대체 이 사람들한테 중요한 건 뭘까..?
이들은 전기가 나가고 물이 안 나오는 것보다 가족과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프레지덴떼 맥주와 메렝게와 바차타를 사랑한다.
이들의 사고방식에 완전히 적응한건 아니지만, 나 또한 이들의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어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는건 분명 감사할 일이다.


지난 번에 만들었던 물병가방에 이어 쉽게 만들 수 있는 좀 더 쉬운 아이템을 생각하다가
샘플작업을 위해 부자재 가게에서 다른 색깔의 실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실을 갖고 이것저것 떠 보다가 예전에 하라바코아 공원에서 샀던 팔찌가 생각났다.
그래, 팔찌를 떠 보자.
팔찌를 본 기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서 만드는 족족 하나씩 선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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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가죽느낌이 나는 실로 팔찌를 만들었더니
착용하기도 부담스럽지 않고 괜찮은 팔찌가 된 것 같다.
갈색과 빨강색 조합의 팔찌는 기관장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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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국기의 색깔을 조합해서 팔찌를 만들려 했으나,
아직은 같은 재질의 파란색 실을 구하지 못해서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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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하게 빛남'이라고 씌여진 내 명함을 프린트 해서
버리는 종이를 주워다가 팔찌를 포장했다.
마음 같아서는 비닐포장을 하고 싶지만 여기에서는 이걸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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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을 이어받은 자이카 단원이 쓰던 프린터기로 뽑은 내 명함.
자이카, 고마워요! :) ㅋㅋㅋ (JICA는 일본의 협력봉사단이다)


선물을 하던 중에 발견한 한가지 사실은, 이 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상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원색이나 너무 튀는 색깔을 기피하는 반면에
이 나라 사람들은 아주 대비가 심한 색상의 조합을 더 좋아했다.
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팔찌는 아무도 잡지 않아서 내가 갖을 수 있었다.  ;;;;;;;
그리고나서 좋아하는 색깔을 묻는 설문지를 만들었더니 역시 강렬한 원색을 선호했다.
왜 원색이 좋냐고 물어보니 모두들 "No se"라고 대답했다. (* 몰라)
나 역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점점 더 원색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미술을 전공했고, 한국에서 사는 동안 한번도 원색이 더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항상 채도가 낮은 색을 선호했기 때문에 여기에서의 이런 변화가 놀라울 따름이다.)


슈퍼마리오 게임에 나오는 배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새파란 하늘과 3D 입체효과로 보이는 구름들,
잠깐 쏟아져 내린 비와 태양이 만들어 낸 커다란 무지개,
그리고 저마다 가진 강렬한 색을 뽐내며 피어있는 이름모를 무수한 꽃들을 보며
나는 지금 총 천역색들에 점점 더 반하고 있다.



여기가 카리브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