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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ública Dominicana

도미니카 공화국 체류기 : 쏘나 꼴로니알(Zona Colonial) #1.









<2010년 8월 23일>

쏘나 꼴로니알(Zona Colonial)은 산토도밍고에 있는 관광명소로서
1942년 도미니카를 발견한 콜럼버스가 세운 미주대륙 최초의 도시로
남미 최초의 성당과 수도원, 최초의 거리, 병원, 학교 등이 유적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쏘나 꼴로니알’ 이라는 말의 뜻은 해석 그대로 ‘식민지구’인데
처음의 뜻과는 관계없이 지금은 하나의 지명처럼 쓰고 있다.
1990년 지정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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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공화국 지도에서 Santo Domingo 지도만 따로 그려놓은 곳의 동쪽 아래를 보면
이렇게 CIUDAD COLONIAL 쏘나 꼴로니알을 찾을 수 있다 :)

2010년 1월, 나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도착한 둘째 날 ‘쏘나 꼴로니알’에 관광을 하러 갔었다.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피곤한 상태로 들리지 않는 스페인어 사이에서 무슨 정신으로 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관광명소...
하지만 이 멋진 곳에 꼭 다시 와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것은 잊지 않고 있었다.
시간만 생기면 언제라도 바로 다시 찾아갈 것 같은 마음이었었는데,
이 곳에서 반년을 사는 동안 장을 보러 마트에 가고, 서점에 가느라고 다시 갈 겨를이 없었다.
그렇다.
이것도 변명이고 근처에 갔다가도 뜨거운 태양과 함께 일상이 되어버린 이곳은 더 이상 매력이 없었다.
그래서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도미니카 공화국에 휴가를 올 거라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JS님을 보며
나도 다시 한번 ‘쏘나 꼴로니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해요! ^-^) 
그리고..
도미니카 공화국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싶다는 기특한 생각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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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지난 8월 16일 월요일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광복절이었다.
주말에 이어서 월요일까지 논다! ^-^ (언제나 휴일은 좋다~)
게다가 이런 경우에는 금요일 오전근무는 모두가 잡담을 하는 분위기로 있다가
오후에는 일도 없이 흐지부지하게 끝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이번 주말에 뭐할 거야?” 라고 묻길래,
쏘나 꼴로니알에 갈 거라고 말했더니 굉장히 좋아하면서 어디 어디는 꼭 가보라고 열심히 설명을 해줬다.
모처럼 긴 연휴가 되었으니 구석구석 자세히 보고 오겠어! 라는 다짐도 하고,
나의 이런 마음이 통한 건지 코이카 사무실에서 ‘도미니카공화국’편 론리 플래닛도 빌릴 수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쏘나 꼴로니알에 관련된 여러가지 정보들이 나와 있었고,
대충 생각나는대로 다니려고 했던 용감함은 바로 접어두었다.

쏘나 꼴로니알 투어를 결심한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돌아다닐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카메라, 론리 플래닛, 지도, 물 한 병과 비스켓.
숙소에서 나와 두 블록만 걸어가면 ‘쏘나 꼴로니알’ 까지 한번에 가는 차를 탈 수 있다.
혼자서 길을 나서는데 정말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참 좋다- 헤헤.
(여행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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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독립기념공원 내에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 3대 독립영웅을 기리는 곳>


 

처음 목적지인 빠르께 인디펜덴시아(Parque Independencia_독립기념공원)에 도착해서
마치 일을 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내 옆으로 한 아저씨가 다가왔다.


아저씨 : “아가씨. 좋은 아침이에요”

나 : “네~ 좋은 아침~”

아저씨 :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일본? 중국?”

나 : “한국이에요. 남한.”

아저씨 : “가이드 필요하지 않아요?”

나 : “저 도미니카 공화국에 살아요~”

아저씨 : “그래도 가이드 필요 없어요?”

나 : “저 가이드북도 있고요~ 여기 많이 와봤는데 한국 친구들한테 보여주려고 사진 찍는 거에요”


아저씨는 그냥 포기하고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길에서 처음 보는 현지인과 얘기를 할 때는 스페인어가 유창한 척 하는 것이 나은것 같다. –_-;;;
괜히 도미니카 사람들만 쓰는 말이라던가 억양을 비슷하게 흉내내면
외국인이고 젊은 동양 여자라서 당할 수 있는 바가지나 얕잡아보는 것 등등을 예방할 수 있다. ㅋㅋ
(절대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이니 견해가 다른 분들이 있을 수 있음)
공원 입구에 들어가며 오늘 일정은 왠지 순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독립공원을 다시 가보니 전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왔을 때 본 것이..

전부다..

뭔가 다른걸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조금 있었는데..
망했다..ㅋㅋㅋ
그래도 나의 계획 중 하나였던 공원에서의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기 위해
한쪽의 벤치에서 크로와상 이랑 요거트를 먹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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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남미 최초의 성당>




론리 플래닛에서는 ‘쏘나 꼴로니알’을 2가지의 도보여행 코스로 소개하고 있는데
둘 중의 하나만 봐야 할 정도로 지역이 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슬슬 한군데를 돌고 나머지를 봐도 된다.
두 코스 모두 빠르께 꼴론(Parque Colon_콜론공원) 앞에 있는
까떼드랄 쁘리마다 데 아메리카(Catedral Primada de America_대성당)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일단 나는 대성당으로 갔다.


신대륙 발견 이후 최초의 성당이라는 이 곳은 현재도 일요일에 미사가 드려지고 있고
평일 역시 많은 관광객들이 보고 가는 곳이다.
나는 크리스티아나 프로테스딴떼(개신교)이니 종교적인 어떤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대성당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었다! +_+
아름다운 장식과 성당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모두를 익혀버릴 듯한 기세로 내리쬐는 태양을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혼자서 배낭여행을 온 여행자’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나 자신이 조금 멋있다는 생각도 해보면서 성당을 구경했다.

한국에서는 성당에 딱 한번 가봐서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최초의 성당, 관광지라는 이름에 맞게 벽을 사방으로 둘러가며 작은 전시실 같은 것이 있었다.
(원래 성당마다 다 있는 건가..? –_-;;)
각 전시실마다 스페인어로 적힌 안내판 같은 것이 앞에 있었다.
해석이 제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읽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어떤 옴브레(hombre_남자)가 다가왔다.


옴브레 : “너 영어할 줄 알아?” (영어)

나 : “응.. 조금.” (스페인어)

옴브레 : “너 스페인어 할 줄 알아???” (영어)

나 : “응. 스페인어로 말하는 게 영어보다 나아. 너는? 너 스페인어 할 줄 알아?” (스페인어로 대답하고 영어로 질문)

옴브레 : “응. 나 할 줄 알아. 너 어느 나라에서 왔어?” (영어)

나 : “한국. 너는?” (스페인어)

옴브레 : “나는 뉴욕에서 왔어” (미국식 스페인어로 말해서 처음에는 못 알아들음)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이런 웃기지도 않는 대화를 나누고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어서 웃고 말았는데
성당을 구경하기 시작한 지점이 비슷한 바람에 같이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어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그리고 성당을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데 성당 앞에서 사진을 한 장만 더 찍어달라는 부탁에 그러마 하며
혼자 여행을 왔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갑자기 생긴 일행.. ;;;;;;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항상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던, 현지에서 여행친구 만나기!
그의 이름은 스티븐.
스티븐과 함께 쏘나 꼴로니알 투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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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총독궁 내부>




유색인종의 어쩔 수 없는 동경인지,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이 특히 심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곳에서 ‘하얀 피부, 노랑머리, 파란 눈의 남자’ 조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엄청난 호의를 받는다.
모든 사람이 이 조합의 사람에게 괜히 더 친절하게 대하고,
장난식의 인사가 아닌 어떤 존경심마저 느껴지는 인사를 보낸다.
나의 동행은 이 환상적인 조합의 사람이었다.
(참고로 나는 백인보다는 흑인이 더 멋있다고 생각함)


동양인, 젊은, 여자인 내가 혼자서 다녔을 때와는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며
너네들 참 치사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이 나라에서 그 옛날 토착민과 침략자 간의 혼혈로 생겨난
현재 대다수의 도미니카 사람들(이들을 ‘뮬라토’ 라고 분류한다)의 백인에 대한 동경이 참으로 아이러니 했다.
이런 아이러니함은 같은 도미니카 사람들끼리도 조금 더 하얀 사람이 더 까만 사람을 싫어하고
무시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다.
나로써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백색인종에 대한 열망은 참으로 대단하다.

어쨋든 나의 이 엉뚱한 투어에 동행이 생겼으니 뭔 말이라도 좀 해야 하는데..
미국인인 스티븐에게 내가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를 했다면 좋았겠지만,
스페인어나 영어나 엇비슷한 내 실력으로는 차라리
스티븐 한테도 외국어인 스페인어로 말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ㅋㅋ
근데....
짜식.. 여덟살 때부터 스페인어 배웠다더니.. 말.. 잘하네? -_-;
더 큰 문제는 된 발음을 잘 못하는 미국사람이 스페인어를 하니까
도통 무슨 소린지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인상을 쓰고 집중해서 들어야 했다 ;;;
그래도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의 로망인 백인남자 스티븐과 함께 다니며
안내하는 사람들의 과잉친절을 받아보니 좀 치사해도 같이 오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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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콜럼버스 궁전 앞, 오른쪽 귀퉁이 사람이 스티븐>




스티븐과 함께 총독궁, 박물관, 스페인 광장과 콜럼버스 궁전을 구경했다.
가이드가 없어도 나는 이미 한번 투어를 해본 경험이 있고,
여행자의 바이블 론리플래닛도 있고,
가는 곳마다 설명해주는 기계를 대여해줘서 큰 불편함이 없었다.
설명해주는 기계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버젼이 있었는데
한국어는 당연히 없었다- ㅎ (씁쓸!)
스페인어보다는 영어가 조금 더 잘 들리니까 영어기계로 대여해서 돌아다니는데
어떤 직원이 웃으면서 나더러 아메리카나냐고 물어본다. (Americana=미국여자)
내가 "아니야. 나 한국사람이야" 라고 말하자 살짝 실망한 표정이다.  -_-;;


시작은 쏘나 꼴로니알을 제대로 보겠다며 꽤나 거창했는데
오전 투어를 끝으로 스티븐과 함께 새로 생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에 닭싸움 보러 가는데 같이 가자는 스티븐…
(그런건 혼자 보세요  -_-;;;;)
계획했던 도보여행 2코스도 제대로 못 돌고 결국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리고만 의지박약한 나홀로 여행.
아마 멀리서 시간을 들여서 왔다면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ㅎㅎㅎ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티븐이 찍어준 사진..
다 흔들렸다… ㅜ_ㅜ
(나는 완전 잘 찍어줬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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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쏘나 꼴로니알의 El Conde(꼰데) 거리>




다음 글에서는
그나마 오전에 봤던

독립기념공원,
대성당,
총독궁,
박물관,
스페인광장,
콜럼버스 궁전에

대해 소개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