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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체류기

압력밥솥과 카레라이스

 

 

 

<압력밥솥과 카레라이스>

 

 

 

산토도밍고에서 스페인어 공부를 하며 일주일 간 홈스테이를 했던

에우니쎄네 집은 다른 집에 비해 아주 깨끗하고 좋았다.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가구들이 있었고

내가 자는 방에서 엄지 손가락만한 바퀴벌레를

한 마리 보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

예전 네팔여행에서 현지인 홈스테이를 하루 했다가

침낭 위로 쥐가 지나 다니던 생생한 느낌 덕분에
바퀴벌레 쯤이야 별 거 아니다

 

 

 

단지, 아침 잠이 많은 미녀 호스트가

홈스테이 계약 조건에 있는 아침을 주지 않아

아침을 쥬스 한 잔이나 우유 한 잔으로 때우고

학원에 가는 날이 많았을 뿐이다.

 

홈스테이를 하는 집 주인 마마(엄마)의 느낌 보다는

그냥 친구 집에 놀러 가 있는 그런 느낌-

저녁 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함께 석양을 보며

매니큐어를 바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인연이니

에우니쎄네 집을 떠나기 전에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은,

함께 한국 음식 만들어 먹기!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과 현지에서 지금까지 본 것들을 조합하여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생각하여 카레를 만들기로 했다.

+

한국 음식 만들어 먹자고 해놓고 카레...;;;

하지만 오*기 카레가루로 만든 한국식 카레니까

한국 스타일 음식이라고 말해 본다.

 

 

 

 

 

 

 

 

짜잔!

그래서 등장한 나의 빨간 압력밥솥-

(옆에 있는 다 탄 냄비는 에우니쎄가 설거지 해놓은 것)

 

 

에우니쎄는 밥을 해주겠다던 내가 갑자기 방에 들어가

주섬주섬 압력밥솥을 꺼내 오자 매우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 그래.. 당황하는게 당연한걸지도..)

+

사실 한국에서 도미니카 공화국 정보를 찾다 보니

주식으로 밥을 먹긴 하나 밥알이 길쭉하고 날리는 쌀이라서

밥 맛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어

3인용 압력밥솥을 이민가방 구석에 잘 넣어 가져 왔다.

크기도 작고 가격도 저렴했지만 도미니카 공화국 생활을 하는 2년 내내

단 한번도 저 압력밥솥을 가져간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압력밥솥의 기능을 하는 냄비를 팔긴 하지만 국산이 최고여~)

 

 

 

 

 

 

 

감자와 양파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넣고 

거의 익을 때까지 충분히 볶은 뒤

카레가루를 물에 개어 야채와 함께 보글보글 끓이면

맛있는 카레 만들기 끝!

 

집에 있는 재료로만 만들어 당근도 브로콜리도 없으니

단조로운 색감의 아주 심심해 보이는 누런 카레가 되었으나

오*기 카레 매운맛으로 되직하게 끓여

보기와는 다르게 매콤하게 맛있었다-

 

 

 

 

 

 

 

 

"에우니쎄. 먹어 봐."

 

 

약간은 긴장한 표정으로 한 숟가락을 입에 넣어 보는 에우니쎄.

 

 

 

 

 

 

 

 

그리고 외쳤다.

 

 

"Ay mi Madre!! muy picante!"

(아 엄마야!! 엄청 매워!!!) 

 

 

에우니쎄는 카레를 먹는 내내

PICANTE_삐깐떼_매워 와  

DIABLO_디아블로_악마 를 연신 외치며

(불닭 먹으면서 너무 매워서 욕 나오는 상황)

손바닥 부채를 부치고 물도 마시고 쥬스도 마셨지만

매워도 정말 맛있다고 말하며

고맙게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다 먹어주었다.

그렇게 맵지도 않구만~ㅎ

 

 

 

 

그렇게 에우니쎄와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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