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소라 엘리사베스
Profesora Elizabeth
엘리사베스 선생님
우리 동기 일곱 명은 하라바코아 시내 곳곳의 각각 다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는데 홈스테이를 하는 집의 위치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스페인어 수업을 한다고 하였다.
시내 중심가에 사는 세 명은 Angela_앙헬라 선생님,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네 명은 Elizabeth_엘리사베스 선생님과 함께.
산토도밍고 엔뜨레나에서도 분반을 했었는데
우리반 선생님이었던 앙헬라 선생님은
이름처럼 천사 같은 분이었다. (Angel_앙헬_천사)
항상 친절했고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천사들의 합창'의 '히메나 선생님' 같아서 모두가 좋아하였다.
다른 반을 담당했던 선생님은
아쉽게도 하라바코아로 함께 오실 수가 없어서
우리는 하라바코아로 출발하던 날
새로운 선생님 엘리사베스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녀를 처음 본 느낌은,
'세다... 센 언니다..!'
170을 훌쩍 넘는 큰 키와 그에 걸맞는 든든한 풍채
대머리 독수리가 울고 갈 부리부리한 눈동자를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눈을 내리 깔았다.
ㅠㅠ
그래도 다행인건 나는 앙헬라 선생님 반이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했건만...
홈스테이 하는 집의 위치에 따라 원래 앙헬라 선생님 반에서 나만
엘리사베스 선생님 반으로 반이 바뀌게 되었다.
잠시 필자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자면,
미대입시를 준비하던 고3 겨울 갑자기 바뀌게 된
학원 선생님에 적응을 못하고 매일 같이 울다가
급기야 안구건조증이 오고야 말았던 진상 감상주의자이다.
(당시 안과 의사선생님은 30년 의사 생활에
울다가 안구건조증 온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심)
그런데
한국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 남의 나라에서
맘 붙인 첫번째 선생님이 (일주일 ㅋ)
바뀌게 되다니 (눈도 못마주칠 센언니로!)
그것도 하필 나만!!
가뜩이나 불편했던 느낌이 좋아질리가 없었다.
앙헬라와 엘리사베스 선생님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홈스테이를 하였는데
앙헬라 선생님은 초록언니가 홈스테이 하는 집에서
엘리사베스 선생님은 노랑언니가 홈스테이 하는 집에서 함께 지냈다.
수업은 선생님들이 홈스테이 하는 집 거실 등에 테이블을 놓고 진행 되어
모두가 아침을 먹은 뒤 오전 9시까지 공부를 하러 각자 수업에 갔다가
점심은 자신이 홈스테이 하는 곳에 가서 먹고
다시 오후에 모여 수업을 듣고 오후 5시에 끝나는 일정이었다.
내가 홈스테이 하는 집에서 수업을 받으러 가려면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걸어가는 동안에 동네 개들이 뛰어 나와
따라 오면서 짖어 대어 알고 있는 말을 큰 소리로 외치며 걸었다.
"Tengo miedo!"
땡고 미에도!_나 무서워!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켜가며 큰 소리로 말하면
근처에 있던 현지인들이 웃으며 개를 쫒아 주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치고는 선선한 날씨,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바차타 음악소리와 개짖는 소리 빼고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하라바코아에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트랜스포머 저리 가라고 하도록 무한 변신을 하는
동사변형 덕분에 머리가 아팠지만
오전 수업을 듣고 나면 점심을 먹으며 배운 것을 활용하여
현지인과 한마디라도 말을 더 해보고
오후 수업을 듣고서는 한마디를 더 알아 들으며
말 배우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엘리사베스 선생님에 대한 첫인상은 그냥 인상일 뿐이었다.
커다란 전지를 펴 놓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설명하는 모습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스페인어를 가르쳐 본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무섭게 느껴졌던 부리부리한 눈은 어느새 필요한 것들을
정확하게 짚어 주는 능력 있는 선생님으로 보이도록 만들어 주었다.
수업시간에는 카리스마 있게
쉬는시간에는 큰 언니 같이 다정하게
수업 첫 날이 가기 전에 난 엘리사베스의 팬이 되었다.
(금.사.빠. ㅋㅋ)
엘리사베스의 귀에 쏙쏙 들어 오는 설명과 예문 덕분에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말할지 익힐 수 있었고,
결국 생존 스페인어가 되긴 했지만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2년이라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하라바코아에서의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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