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 데 조까(벨)>
Casa de Yocabel _ 조까벨의 집
에우니쎄의 집에서 일주일 정도 함께 생활한 조까벨이 집을 구했다.
아마도 세탁실 옆 창고방에서의 불편한 생활이
빠른 집 찾기에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에우니쎄가 조까벨의 집에 구경을 하러 가보자고 하여 따라 나섰는데
가까울 줄 알았으나 산토도밍고 시내를 벗어나서도
차를 타고 한참을 가서야 조까벨이 집을 구한 동네가 나왔다.
짜잔!
조까벨이 구한 집은 옥탑방이었다.
평소 옥탑방에 대한 로망이 있던 나는 집을 구석구석 살펴 봤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간단히 취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침대와 가구 몇개를 놓을 수 있는 정도의 방
방 안에서 바로 연결되는 화장실도 있었다.
비록 화장실 문이 없어 오픈마인드로 일을 봐야 하지만
이미 엔뜨레나에서 변기커버 없는 화장실에 기겁을 했던 터라
조까벨의 집에 있던 변기커버까지 있는 화장실이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조까벨의 집 방.jpg
방 한쪽 구석에는 이렇게 미니 냉장고가 있고
그 위에는 쌀을 비롯한 몇 안되는 식재료들이 있었다.
오른쪽 옆에 천으로 덮어 놓은 것들은 식기도구들.
사실 코이카 단원으로 파견되면 현지에 도착한 뒤
두 달간의 현지적응훈련이 끝나고 파견지역으로 가서
스스로 주거계약을 하고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
파견지역에서 혼자 파견되어 지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산토 도밍고에서 여자 혼자 지낼 집을 얻은 조까벨의 집을 둘러 볼 때
앞으로 내가 살 곳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산토도밍고에 있는 학교에 파견될 예정이었다)
조까벨의 집을 둘러 보며 이 사진들을 찍을 때는
옥탑방의 로망 + 주거계약의 막연함이 뒤섞인 상태였다.
이 정도 집이면 혼자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햇볕이 잘 드는 마당에 빨래도 널고 고기도 구워 먹고
룰루랄라 신나게 혼자 지내는 상상을 하다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잠금장치와
분명히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 문인데도 방문 같은 나무 문을 보면서
적응기간이 끝난 뒤 혼자 살아가야할 앞날에 대한 걱정이 되었다.
조까벨의 집을 주거계약 답사하듯 꼼꼼하게 둘러보니
걱정스럽기만 했던 것들에 대한 불안함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에우니쎄가 지내는 아파트는 봉사단원의 주거비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조까벨이 사는 집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도였다.
여자 혼자서 집을 얻어 지내는 공간을 눈으로 보고나니
현지적응 훈련 뒤 나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기대되어
이 날 이후로 마트에서 살림살이를 자꾸만 사들이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해가 지면서 하늘은 예쁘게 물들고
옥탑방에서는 그 어느것도 가리는 것 없이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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