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바코아의 집(들)
-도미니카공화국 체류기-
도미니카공화국 현지적응훈련으로 하라바코아에서 있는 동안
현지어 교육이 끝나는 오후 5시쯤이면 우리는 일제히 가방을 둘러 메고
걸어서 약 25분 거리에 있는 시내로 향했다.
노랑언니와 나는 홈스테이를 하는 집에서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나,
함께 수업을 듣는 주황언니와 파랑언니를 배웅해 주겠다며 따라 나서고,
시내 중심가에 사는 빨강언니, 초록언니, 네이비를 보겠다며 나가고,
시내에 간 김에 슈퍼마켓에 들락날락 거리다가
수업이 끝난 뒤 간식을 사먹는 재미에 들려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시내에 다녀 왔다.
시내로 가는 길은 다양한 루트가 있었는데
겁은 많아도 모험심은 있었던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다른 길로 걸었다.
(특정 시간대에 같은 길로만 다니는 것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기도 하다)
길을 걸으며 볼 수 있는 건 한 눈에 다 담기지 않는 푸른 하늘과
가지 각색으로 개성 있게 지어진 집들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집 구경(?) 하는 것을 좋아했고,
한국에서도 멋있게 지어진 집을 보면
사진을 찍어 두거나 스케치를 해 두곤 했기 때문에
하라바코아에서 길을 걸으며 만나는 집들은
아주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빠바밥빱빠~ 빠바밥바~
(러브하우스 BGM)
아닛! 마당에 타일이라니 *-*
이 집은 파랑언니가 홈스테이 하는 집이었는데
울타리를 들어서자 펼쳐진 타일 바닥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한가운데 매우 인위적으로 자기도 타일인냥 있는
잔디밭을 보니 심즈로 만든 마당 같기도 하고 ㅎㅎ
원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집 외관을 칠할 때는
흰색과 파스텔 계열을 사용한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화이트와 민트로 예쁘게 칠한
이층집도 볼 수 있었고
이름 모를 새로 만들어진
테라스 난간 기둥이 정말 귀엽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집을 다 지어 놓고
페인트 칠을 하다 만 집도 보이고
(중요한 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응?
집을 짓다 만 집도 보이고
또
보이고
또 보였다.
완성되면 멋있을텐데...
아쉽게도 우리가 하라바코아에서 있던 두 달 동안
위의 짓다 만 집들의 상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라바코아에서 있던 시기가 1,2월이라
신년휴가와 Carnaval_까나발_축제 때문일 수도 있는데
해질녘 길을 지날 때는 컴컴하고 텅 빈 건물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담장에도 몰드를 넣어
엣지 있게
집을 짓는 건지
신전을 짓는 건지
헷갈리는 집도 있다.
살짝 형광빛이 도는 것처럼
밝은 연두색의 집도 있었고
하늘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집도 있었다.
사실 하라바코아에서 살펴본 집들은
거의가 단층이었고 이층집은 많지 않았다.
지붕이 있는 집도 많지 않았는데
집을 단층으로 지은 뒤 지붕을 올리지 않고 평평하게 두었다가
돈을 모아서 이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단층 집의 경우에는 지붕은 없고,
기둥에 들어가 있는 철골들이
삐죽삐죽하게 튀어 나와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지붕을 예쁘게 올린 집들도 있었다.
부잣집
ㅎㅎㅎ
멋있다
여긴 초록언니가 홈스테이 했던 집.
시내에 있는데다가 지붕도 있고 이층집이고
앙헬라 선생님이 함께 지내 우리 모두 부러워 했었다-
+
자유롭게 손빨래 가능
간식을 사서 집에 돌아가는 길은
발걸음이 아-주 가볍다.
하지만
저녁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것을 보며
천천히 걷다 보면
한낮에는 축 늘어져 낮잠을 자던 동네 개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저마다 짖어 대어
발걸음을 재촉할 수 밖에 없다.
하라바코아에서 홈스테이 했던 우리집.
하라바코아에서 부동산을 차릴 기세로
이곳 저곳 사진을 찍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집 사진 찍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페인트 색상만 조금씩 다른 비슷하게 생긴 외관과
다른 자재들 없이 시멘트로만 지어진 모습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고,
홈스테이를 하면서 집 외관의 화려함 보다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집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라바코아의 우리집은 예쁜 담장도 없었고
마당에 타일도 없었지만
그 어떤 집보다 아늑하고 포근했다.
+
나도 눈에 예쁘고 화려한 궁궐 같은 집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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