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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체류기

도미니카 공화국 체류기 : 카리브해의 햇살을 담은 열대과일, 치놀라

<2010년 10월 12일>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살면서 누리는 특권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이다.
이것은 가볍게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 큰 것이어서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게 될 경우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즐기던 이 기쁨을 잊지 못할까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이곳에 와서,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신기한 과일이 너무 많다는걸 알아버렸다.
그 많은 과일들은 각자 다른 모양과 맛을 갖고, 
지금껏 과일에 대해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범위를 벗어나 
상상해보지 않은 신기한 형태로 눈 앞에 나타나는 통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카리브해의 햇살을 담은 열대과일 
치놀라(Chinola)









어른 주먹만한 크기에 노리끼리한 색깔을 갖고 있는 치놀라
크기는 좀 더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지만
어느 과일이나 그렇듯이 크기와 값이 거의 비례한다. 


치놀라(Chinola)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만 치놀라라고 부르고
마라꾸쟈(Maracuyá)라는 스페인어 명칭이 따로 있다고 한다.

정식 이름도 따로 있고.. 
뭔가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그게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이 위치하고 있는 여기 히스파니올라 섬의 토착민들이 
사용하던 언어가 남아 그대로 쓰이는 단어들이 종종 있는데 
치놀라도 그 중의 하나이다.









노랗게 잘 익은 치놀라를 하나 골라 반으로 잘랐다.


앗... 뭐지?
징..그..러..워..

처음 치놀라를 봤을 때 나는 표정관리는 고사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무언가가 과일 안에다 알을 까고 갔구나..;;; 
ㅠ_ㅠ

하지만 내가 징그럽다고 생각한 저것들을
맛있게 먹는 현지인 친구를 보고 과일인줄 알았다 ;;;
생각해보니.. 석류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저 막을 뚫고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징그러운 생김새이지만..









한 수저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껄?

새콤달콤하게 입안을 헹궈주는 것 같은 깔끔한 맛의 치놀라
안에 들어있는 씨앗도 아작아작 씹어 먹어야 제맛이다.
먹다가 씨앗만 남는 일 없이 잘 씹힌다.



<주 의>

치놀라를 먹을 때, 표면이 너무 딱딱한 것이나 덜 익은 것을 먹게 된다면
대왕맛 아이셔 보다도 스키틀즈Sour 보다도 신 맛에 혀가 오그라들테니
주의해야 한다.

기호에 따라서 설탕을 뿌려 먹기도 하지만 
설탕이 닿는 순간 햇살을 닮은 강렬한 맛이 사라지니 
이 역시 주의해야 한다.









하나도 남김 없이 싹싹 긁어먹고
고여있는 국물까지 마셔줘야 한다- ㅋㅋ

사실 현지인들은 치놀라든 어떤 과일이던지 생과일로 먹기보다는 쥬스로 만들어 마신다.
치놀라도 마찬가지로 쥬스로 만들어서 마시는데
입안에 씨앗이 어중간하게 까끌까끌 남아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갑자기 아작아작 씹히는 씨앗이 궁금해져서 꺼내 봤더니
초콜렛 코팅처럼 얇은 씨앗의 표면이 있고
안에는 흰색의 부드러운 뭔가가 있었다.
이것이 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
적어도 아작아작 식감의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코팅된 듯한 얇은 표면!
ㅋㅋㅋ









치놀라 알갱이
치놀라 씨앗
쪼개진 씨앗









깔끔하게 먹은 치놀라 :)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