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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프롤로그-여행의 시작

 

 

여행의 시작

 

 

 

 

 

사는 것이 마냥 즐거운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의 2015년은 유난히 힘들었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간 저 횡단보도 불빛이 바뀌기 전에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게 아닐까? 생각할만큼.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이렇게 숨막히게 살고 있는거지?

한번 떠오른 물음표는 계속해서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고

하고 있는 일을 줄여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오래전부터 아주 막연히 꿈꿔온 'Camino de Santiago' 순례자의 길에

갈 때가 되었다는 확신이 찾아들었다.

 

 

+

 

 

'Camino de Santiago' 순례자의 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9년전,

소울메이트나 다름 없이 아주 친한 K언니의 소개로부터였다.

그 당시의 나는 햇빛에 나가 서 있거나 땀을 흘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도보여행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듣게 된 

800km의 도보 순례길은 특별해 보이긴 했지만 절대 가고 싶지도 않거니와

내가 갈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세상에 '절대불변'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안다면

(사실 '절대불변' 그런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지만)

내 마음이 그리고 여러 상황이 달라진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삶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종이배 같았고

나는 이리저리 떠 다니며 밟을 땅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들었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나도 모르게 떠올렸던 것 같다.

아주 희미하게, 그게 정확히 뭔지도 잘 모르면서 막연히 갖고 있던

그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은 동경이 되었고,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어느새 나에게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 있었다.  

 

 

 

 

1. 꼭 가고 싶은 대체불가의 장소

2. 완주에는 최소 30일 이상이 필요함

3. 지금 30일 이상 여행이 가능함

(앞으로도 가능한지는 알 수 없음)

 

 

 

 

앞으로 살아가면서 한달이 넘는 시간을

온전히 여행으로 채울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아마 매우 힘들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뒤에는 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가보자!

 

 

거창하게 인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도 아니고,

영화에서 나오듯이 신을 만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떠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이고

나의 동행, '엄마'는 이 계획을 부모님께 말씀 드리던 날,

 

 

 

 

"이래저래 순례자의 길에 다녀 올거에요."

 

"와~ 좋겠다! 나도 가고 싶다~" 

 

"그럼 엄마도 같이 가실래요?"

 

"정말???" 

 

"에이~ 거기 힘들어요. 매일 걷기만 할건데?"

 

"나도 잘 걸을 수 있는데..." 

 

 

 

 

사실 장난처럼 주고 받은 말이어서

정말로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될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엄마와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던 것처럼

내 손은 어느새 파리행 비행기표 두 장 결제버튼을 클릭하고 있었다.

 

 

 

 

 

 

 

 

여행기 정말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