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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체류기

도미니카 공화국 체류기 : TERCER CIELO 콘서트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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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1일>

 
꽤 오랫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지만 그 동안에도 내 삶은 여전히 시끌벅적 재미난 일들이 많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기타학원에 간 첫번째 날이라던가, 기타수업을 받으러 갔던 두번째 날에는 집에 갇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던 그런 일이라던가. 아기나무들을 당장 심을 화분이 없어서 우유팩에 대충 심은거라던가.
손바닥만한 거미가 방에 있는데 무서워서 잡지도 못하고 한 2주를 같이 살다가 천둥이 무섭게 치던 어느 밤
갑자기 사라진 거미에 안심하고 있다가 몇일 뒤 샤워기 밑에서 발견하고는 씻지않고 잘수는 없기에
거미를 죽이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내는 것 등등 말이다.
어쨌든 이 밖에도 나의 일상은 시트콤 수준이다.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중남미권 나라들이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이랄까..?
많은 나라들이 스페인어를 쓰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문화의 교류랄지.. 뭐 이런거.
스페인에 점령당해 자기언어와 문화를 빼앗긴 흔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부분이 좋은건 아니지만서도..
언어가 같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것 같다.
한국에서 태어나 기타등등의 나라에서 만난 여러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쫄았었던가..
그놈의 잉글리쉬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왜 가도가도 끝을 볼 수가 없는건지!
이 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지도 몰랐다.
남미권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각 나라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 경상도사투리, 전라도사투리의 수준이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치자면 영어도 마찬가지인데 왠 호들갑이냐 물을 수 있지만..
더 과장된 표현을 써도 될만큼 남미의 짙은 색깔과 에스빠뇰은 너무 잘 어울린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저번주 나는 CCM그룹 TERCER CIELO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TERCER CIELO 세번째 하늘_천국을 의미함)
이 곳에 와서 만나게 된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의 가수이다.
선배단원으로부터 받게 된 MP3를 듣던 중 단지 멜로디와 목소리에 반해 뜻도 모른 채 듣다가
가사를 해석해보고 더 좋아진 거다.
그 그룹이 콘서트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우리 동네에서!!


꺄!!!!!!!!!!! 살기좋은 라 로마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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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CERCIELO의 콘서트 포스터.
남녀 한쌍으로 이루어진 혼성그룹인데 어느나라 사람인지 모르겠다.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고 -_-;;;
처음 이 포스터를 봤을 때, 사실 나는 나이트클럽 같은 곳의 전단지인줄 알았다.
채도를 낮춰서 사진을 찍어서 그렇지 사실 이 포스터는 아주 총천연색이다..
내가 좋아한 그들이 이들이라는것을 인정하는데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약 한달전부터 이 포스터를 본 것 같은데 내가 출장을 다닌 동쪽지역의 도시에는 모두 그들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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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기대하던 콘서트 당일..
그래, 분명히 포스터에는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다고 써 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7시 30분에 우리집으로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시간이 바뀐건가..? 여기서는 그런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러려니하고 생각했다.
7시 45분 쯤에 도착한 친구는 또 다른 친구를 데리러 갔고 우리는 8시가 훌쩍 넘어서야 콘서트장에 도착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콘서트장 주변은 어두컴컴했고 얼핏봐도 100미터는 족히 넘도록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다행이 일행이 줄 앞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앞쪽에 가서 줄을 섰다.
가격은 200페소이고 VIP석은 300페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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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티켓.
우리는 200페소짜리 티켓을 샀다.
VIP는 티켓이 아닌 손목에 VIP라고 씌여진 노란색 팔찌를 채워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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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구한 우리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9시가 넘도록 입장을 시켜줄 생각을 안하는거다.
오늘 콘서트를 하긴 하는건지...
사람들은 참다못해 서로 밀기 시작했고 출근시간대의 2호선은 저리가라 할 정도가 되어
가만히 있다가는 이 자리에서 봉변을 당할 것 같아 나도 몸에 힘을 주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저 철문으로 사람을 한명씩 들여보내는데 철문이 무릎정도 높이까지 올라와 있어서 빨리 들어갈 수도 없고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나는 철문을 넘다가 왼쪽 신발이 벗겨졌는데 지나친 배려와 관심을 표현하는
표 받는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잠시 사람들을 막아 세우고 신발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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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쪽은 철문을 통과한 사람들.
단지 문을 넘어 들어왔을 뿐인데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열악한 환경은 작은것에 감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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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시 40분쯤이 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콘서트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아마 이 사람들은 7시 30분부터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뒷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비어있는 쪽에 가서 앉았는데
스텝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와서 여기는 앉으면 안된다고 나가라고 했다.
내가 일어서 나가려고 하자 같이 온 라우라가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모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괜찮다며 앉으라고 했다.. ;;;
조금 뒤 우리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리에 앉자 사람들에게 여기는 앉으면 안된다고 말하던
그 사람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정말 이 당시에는 몰랐고 나중에 안건데...
우리가 앉은 자리는 원래 VIP석이었다.. ;;;
하지만 낙천적인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었나 보다.
콘서트가 시작하고 나서는 VIP 노란팔찌를 찬 여자가 좌석이 없어서 두 사람 틈에 끼어 앉아있더라...
미안... ;;;

역시.. 이 나라에서는 안되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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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가 시작하기 전의 무대.
옆으로 노란색 천에 빨간글씨 IBERIA 광고가 보인다.
집에서 그래도 가장 가까운 마트라서 항상 이용하는데 콘서트 광고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한국의 대학교 축제 무대보다도 초라한 무대에 조금은 웃음이 나왔지만
이런 나들이는 아무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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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린 끝에 사회자 두 명이 나와서 뭐 환영의 말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말을 하고
(마이크 에코가 너무 심해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
모두 일어나라고 하더니 기도를 했다.
뭐 콘서트가 안전하게 잘 될 수 있게 해달라. 이런 말을 들은 것 같다.
CCM 가수 콘서트라서 기도로 시작한 게 아니라 이 나라에서는 모든 행사를 할 때 기도로 시작을 한다.
하나님을 믿던 안 믿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곳에서는 천주교가 종교이기 전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하여
공공행사던지 뭐던지 아무 거부감 없이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난다.
기도를 하고 있으나 나로써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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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가 90! 퍼센트라고 국교를 천주교로 표기하는 나라이지만
종교와 정치의 관계가 그렇듯 천주교가 이 나라의 국교가 된 배경이 있고
이 나라의 천주교는 정치에서 신앙으로 또 다시 문화로 자리매김 되어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다행이 근래에 들어 많은 사람들이 개신교를 믿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냥 떼레쎄르 씨엘로 노래도 천주교도 개신교도 아닌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하나의 문화일 뿐이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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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가수가 하나 나왔고
이러다가 체육관 지붕이 무너지고 의자가 밑으로 꺼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아………………………
이런 건 귀가 약한 나로써는 정말 고역이다..

그리고 꽤 한참 뒤에 떼르쎄르 씨엘로가 나왔다. :)
이들이 바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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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사실인데 이 둘은 벌써 슬하에 딸도 하나 있는 결혼 4년차의 부부라고 한다.
콘서트 포스터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예쁘고 멋지고..
노래도 완전 잘하더라..
허술한 무대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만큼-
한참 동안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모르는 노래들만 불렀는데
어림잡아도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합창을 했다.
와우!


대부분이 CCM이어서 콘서트가 아닌 찬양을 부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히트송들에 박자를 맞춰가며 친구들과 눈을 맞춰가며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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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아하는 노래를 3곡이나 연속으로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한국에 가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러 콘서트도 보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지금은 내가 완-전 좋아하는 Mi ultimo día 부르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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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는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가 본 콘서트는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만, 콘서트라는 것에 다시 갈 용기가 나지 않을만큼 입장이 힘들었고,
공연을 보는 내내 바닥이 꺼지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던 것이 생각이 난다.
하지만 이것들이 모두 뭍힐만큼 TERCER CIELO의 노래는 좋다는거.



:)